게임 산업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입니다.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은 게임이 대중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게임들은 “망작이라더니 잘 팔렸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게임성과 판매량 사이의 괴리, 비평과 유저 문화 간의 간극을 드러냅니다. 본 글에서는 평론가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게임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유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게임 마케팅과 개발 방향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데스 스트랜딩》 – “택배 시뮬레이터” 혹평에도 전 세계 1천만 장 판매
《데스 스트랜딩(Death Stranding)》은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지만, 출시 직후 평론가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무거운 짐을 메고 산을 넘는 단조로운 게임플레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관과 철학적 설정”, “상징성만 가득한 게임”이라는 혹평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리뷰어는 ‘걷기 시뮬레이터’라는 조롱조의 표현까지 사용하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코지마 히데오의 기존 팬층과 철학적 메시지에 매력을 느낀 게이머층이 중심이 되어, 게임에 대한 재해석과 호평이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히데오 코지마라는 브랜드 파워입니다. 메탈기어 시리즈로 이미 전 세계 팬덤을 확보한 그는 개발사 독립 이후 첫 작품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둘째, 게임의 독창성입니다. 기존 AAA 게임과 달리 “운반”이라는 새로운 테마를 진지하게 다뤘고, 팬들은 그것을 예술로 받아들였습니다. 셋째, 스트리밍 친화성입니다. 무겁지만 철학적인 이야기, 드라마틱한 연출, 그리고 비쥬얼이 스트리머와 유튜버들의 콘텐츠로 재해석되며, 간접 체험을 통해 유입된 신규 유저가 늘었습니다.
또한 게임 내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은 비동기식 멀티플레이로서, 플레이어 간의 연결과 도움을 느끼게 했고,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 초기 사회 분위기와 묘하게 맞물리며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게임의 영상미와 OST는 스트리밍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높았고, 유튜브와 트위치 등을 통해 ‘보는 게임’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데스 스트랜딩》은 PS4, PC, 디렉터스 컷 버전을 모두 포함해 누적 1천만 장 이상의 판매를 달성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습니다. 이 사례는 “작품성과 대중성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노 맨즈 스카이》 – 혹평에서 역주행 성공까지, 꾸준함의 아이콘
《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는 발매 전부터 절대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우주를 탐사할 수 있다는 콘셉트와 절묘하게 잘 짜인 마케팅은 게이머들에게 ‘혁신적인 오픈 월드’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출시된 게임은 그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습니다. 초반 버전은 콘텐츠가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래픽 최적화 문제, 서버 불안정, 핵심 기능 미비 등으로 “거짓말 게임”이라는 오명까지 붙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자 보호 기관이 환불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헬로 게임즈(Hello Games)는 사과 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무려 2년 이상 무료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지속하며 콘텐츠를 채워나갔고, 비판을 수용하고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강화해나갔습니다. 베이스 건설, 우주선 커스터마이징, NPC 퀘스트, 스토리 캠페인, VR 모드, 크로스플레이 멀티 등 핵심 시스템이 차례차례 도입되며 게임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현재 스팀 리뷰는 ‘매우 긍정적’, 콘솔 플랫폼에서도 ‘추천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노 맨즈 스카이》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어떻게 실패를 딛고 장기적으로 유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초기 실패가 곧 게임의 사망 선고는 아니라는 것을, 꾸준함과 진정성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4》 – 폐쇄 후 재런칭, “망한 게임의 역전극”
《파이널 판타지 14》는 2010년 첫 출시 당시 그래픽 이외의 거의 모든 요소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작의 불편함, 콘텐츠 부족, 게임 시스템의 혼란스러움 등으로 인해 유저 유입이 급격히 줄었고, 결국 스퀘어에닉스는 공식적으로 실패를 인정하며 서버를 종료했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유저들이 이 게임의 운명이 여기서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스퀘어에닉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전면 리빌드’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후 3년간 전면적인 시스템 재설계와 콘텐츠 리뉴얼이 이루어졌고, 2013년 새로운 버전인 《파이널 판타지 14: 신생 에오르제아(A Realm Reborn)》가 출시됩니다. 새로운 디렉터 요시다 나오키는 유저와의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고, 개발자 라이브 방송, 피드백 반영형 패치,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유저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 수를 기록하며 가장 성공적인 MMORPG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이 게임은 ‘서비스 마인드’가 게임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한 콘텐츠 보강이 아닌, 유저 중심 철학, 신뢰 회복 커뮤니케이션, 지속 가능한 콘텐츠 운영 체계가 장기적으로 IP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 하나의 재기극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전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결론: 혹평에도 살아남은 게임들, 그 공통점은?
혹평에도 흥행한 게임들의 공통점을 단순히 ‘운’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 근저에는 몇 가지 공통된 성공요인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브랜드 혹은 인물의 힘입니다. 코지마 히데오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처럼 기존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는 혹평에도 일정 수준의 주목도와 초반 유저 유입을 보장받습니다. 둘째는 지속성과 성실함입니다. 노 맨즈 스카이의 사례처럼, 개발사의 ‘도망치지 않는 태도’는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유저들의 신뢰를 끌어오는 요인이 됩니다.
셋째는 커뮤니티와의 소통입니다.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고 업데이트에 그 흔적을 남기며 유저와 함께 게임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주면, 그 자체가 유저 충성도로 이어집니다. 넷째는 스트리밍과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입니다. 게임 자체의 재미와 별개로, 시청하거나 공유하는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흥행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게임 시장에서 ‘출시 첫날 평점’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혹평 속에서도 유저의 감성과 공감대를 건드린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재조명됩니다. 이 사례들은 기획자에게는 유연성과 꾸준함의 중요성을, 마케터에게는 유저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구축의 중요성을, 그리고 유저에게는 게임에 대한 열린 시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